2024년 성 김대건 한인천주교회 주임 신부님의 전신자에게 보내는 편지

“보이는 것은 잠시 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2코린토 4:18)

신앙인으로 깨어 있는 것은 하느님이 미워하시는 죄를 멀리하고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선을 그분의 영광을 위해 행동하는 삶, 이것이 깨어 있는 삶입니다. 세상에 물들지 않게, 악에 빠지지 않게, 마음이 아둔해져 잠들지 않도록 막아주는 필수적인 것들은, 바로 믿음, 사랑, 희망입니다. 

첫째로 믿음입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세상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긴 그 승리는 바로 우리 믿음의 승리입니다.” (1요한 5:4). 우리는 이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인해서 믿음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정말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세상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 유익한 삶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현실이 더 생생하고 피부에 와 닿는 실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보이지 않지만 하느님이 약속 하셨기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질 일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약속하신 분,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둘째는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것은 그만큼 당연한 일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예수님이 보고 싶어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생활의 걱정때문에 졸려서 잠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을 가져다 준다 해도 그 유혹을 능히 물리칠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그리스도를 사랑한다면 말입니다.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 우리를 깨어 기다리게 합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기 때문에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갑니다. 사랑이 깨어 있는 삶의 원동력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입니다. 구원에 대한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죽으셨고 죽음의 권세를 이기신 부활 이 모두를 믿는 것에 있습니다. 영원한 구원을 보증해 주셨다는 확고한 확신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약속된 희망입니다.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것은 바로 이 구원입니다.

여러분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과 영원히 살게 되었는데,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한 우리 아버지가 하느님인데, 살든지 죽든지 그리스도가 나와 함께 사시는데 겨우 우리의 삶의 걱정과 염려 때문에, 세상이 주는 짧은 쾌락 때문에 하느님을 모르는 세상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깨어 기다리는 삶은 각자 혼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교회력으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첫날인 대림 제 1주일에 우리 본당의 교우들에게 권고하며 다음과 같은 실천사항을 제안합니다. 

첫째,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사람들을 보거든 말씀을 통해 그 믿음을 굳건하게 하는 교회로 초대합시다. 성당에서 하는 성서공부로 초대하거나, 영적인 조언과 심신단체의 참여를 권유합시다.

둘째, 예수님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고귀한 분인지 이웃에게 전해봅시다. 공동체 모임에서 일상적인 나눔 뿐만 아니라 하느님 체험의 나눔도 함께 합시다.

셋째,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합시다. 거동이 불편한 분께 안부를 전하고, 식사를 함께 나누고, 필요한 경우 운전을 해주는 도우미가 됩시다.

넷째, 구원의 희망을 갈구하도록 서로 격려하고 기도해줍시다. 정말 우리가 그리스도와 일치할 때 아버지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음을 서로 격려하고 기도합시다. -성서를 바탕으로 기도하는,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 묵상, 관상, 성찰 기도를 자주자주 합시다.

우리가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놀랍고도 영광스러운 구원의 은혜를 누리고 있는지 서로서로 증언하며 한 해를 살아가 봅시다.

2023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에 성 김대건 성당 주임신부

염영섭 로렌조